압축적 경제성장과 함께 정치적 민주화도 일구어냄으로써 우리 사회는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후발 산업국가의 대표적 성공모델로서 평가받아 왔다. 군부 개발독재 시대에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화 이행과 전환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사회의 경제·정치적 성장과 성숙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노정시켜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부문과 내수부문, 도시와 농촌,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경제구조도 크게 왜곡되었다. IMF 경제위기는 이 같은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모순이 총체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세계화와 정보화의 영향으로 더욱 확대된 산업구조의 양극화가 노동시장 양극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업을 겪게 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불안정은 크게 증대하였다. 신규 대졸자의 상당수는 첫 직장의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채 곧바로 실업자 군으로 편입되면서 청년실업은 이미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림 1> 문제인식의 구조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전통적인 가족공동체가 해체되고, 생산가능인구수의 절대적인 감소와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내부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됨으로써 성장잠재력 저하는 물론 조세와 저축률 감소, 노인 부양비용 증가 등 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참여정부가 사회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한 것도 우리 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이 같은 근본적 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2.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주도해왔던 요소투입형 경제성장 모델이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자체로서 사회적 분배의 기능을 담당하였던 경제성장(tricle-down effect)은 더 이상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분배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국내 IT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개별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도 곧바로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이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화와 지식정보화, 그리고 BRICs 국가의 세계시장 진입에 따른 무한경쟁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은 점차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해외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경험한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기피해 고(高)위험투자를 꺼리고 비용절감 위주의 고용조정을 통해 단기수익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단기적인 임금극대화에 주력하는 일부 노동운동 세력과 기업 사이에 소모적 갈등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국내투자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해외소비가 대폭 증가하는 등 국내 일자리 창출여력의 해외유출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등 저임금 일자리는 늘어도 중산층을 형성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국내 실업률은 3.5%로서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새로운 일자리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제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노동의 종말』에서 리프킨(Rifkin)이 지적한 바와 같이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산업부분에서의 고용 창출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성장이 고용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단절되고, 일자리,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외환금융위기 이후 경제모델의 위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또 다른 도전은 사회양극화와 저출산의 문제이다.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우리 사회의 절대적 빈곤은 해소되었지만 부문과 영역 그리고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내 GDP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하위 20%의 소득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등 소득분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가구/전체가구)은 18.0%로서 OECD 국가평균인 10.2%, 영국의 11.4%, 그리고 일본의 15.3%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1)
또한 저출산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5년도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1.08명까지 낮아져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는 총인구 절대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2) 이에 따른 저축률 감소, 노인부양비용 증가 등 저출산 문제는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 가면 2016년 이후 핵심 인구집단인 생산가능인구수의 절대적 감소로 이어져, 2000년대에 4% 중반에 머물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2% 중반대로 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이행과정에서 가치관의 균열, 사회적 합의구조의 미성숙 등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먼저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와 가치관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동체 형성은 지체되고 있다. 일·직장 중심의 사회문화도 가족생활에서 여성의 희생과 여가·가족 문화의 공백을 가져왔다. 특히 소득지원, 육아, 간병 및 노인수발 등 지금까지 일정 부분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였던 가족공동체도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의 진전으로 그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책임복지로의 전환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적 과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태세가 미성숙하고 정책적 대응도 부족한 실정이다. 민주화 이행 이후 우리의 시민사회는 합리적 대안창출을 위한 사회적 협상과 사회적 대화경험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주 40시간 근무실시(5일 근무제) 이후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과 문화에 대한 요구 분출 등 복지 확대와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GDP대비 공공사회지출의 구성비 중 ‘복지·삶의질’ 지출은 2003년 현재 7.8%로 주요 선진국의 1/3이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3)
또한 ‘복지·삶의질’ 지출과 관련한 조세부담 증대,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요 정책적 관심도 과거와 변함없이 성장과 효율에 목표를 둠으로써 경제정책이 사회정책에 우선시 되어 왔다. 이 같은 경제발전 중심적 사고는 복지·문화 수준의 향상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낮게 평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요컨대 압축적 경제성장이 빚어놓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발전과 총체적 사회위기는 지속가능한 성장전략과 통합적 사회정책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회정책 패러다임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3. 새로운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구상과 전략
참여정부의 ‘비전2030’은 ‘혁신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 등 3대 목표를 제시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정책기조로서 혁신주도형 경제에 기반한 새로운 동반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동반성장 패러다임 하의 사회정책은 다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에 기초한 동반성장 전략은 단순한 복지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과 수준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 전략 하에서의 복지·분배 정책은 시혜성 복지, 성장을 저해하는 분배가 아니라 복지재정의 효율화, 근로의욕 제고, 인적자본 축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예, EITC 등).
둘째,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에 대한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정책이 소비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국민경제에 대한 사회정책의 역할이 소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 주택, 교육, 보건의료, 사회복지, 문화예술, 체육 서비스 등 사회 및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생산의 영역이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즉 사회정책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소득이 창출될 수 있다. 나아가 조세 및 재정과 사회보장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는 추가적인 소비를 촉진시켜 상품 및 서비스의 확대 재생산을 이끈다. 이와 같이 사회정책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정책에 의한 사회적 서비스의 소비는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더 나은 인적자본을 축적하여 노동, 지식, 혁신 마인드를 생산의 영역에 공급하고 물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건강하고 안정적인 소비를 촉진하며 이는 생산의 증가로 연결된다. 요컨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동전의 양면이자 불가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분야의 정책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하여 협력하고 조율되어야 한다. 특히 정책의 사각지대와 중복 배제, 그리고 정책 효율화를 위해서도 향후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상호 긴밀한 통합이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사회정책 패러다임은 단순히 사회복지 확대 차원을 넘어 성장, 고용과 복지, 그리고 교육과 문화, 환경정책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비정규직 확산, 경제․사회적 양극화 등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보건·의료, 교육·문화, 주거·환경, 나아가 조세·재정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새로운 사회정책은 사회분야의 노력만으로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사회정책은 산업, 국토개발과 건설, 교통과 물류, 농어업,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경제 분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예컨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의 여성 노동인력의 활용과 밀접히 관련이 보육과 육아문제의 경우만 해도 산업체의 긴밀한 협조와 투자 없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안전한 도로설계와 교통사고 예방도 사후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선제적 투자가 될 수 있다.
지난 경험을 반추해 볼 때 경제가 때때로 사회복지에 역행하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사고와 직업관련 질병으로 인한 건강피해, 왜곡된 이윤과 임금 구조로 인한 소득의 지나친 편중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따라서 향후 사회정책은 친환경적 개발을 통한 사회적 비용의 절감, 안전한 작업 환경과 직업병 예방을 통한 노동력 유실의 방지, 소득 분배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건실한 노동력의 재생산 등 사전 예방적이고 미래의 사회적 비용분담까지도 고려한 정책 입안이 되여야 한다.
네째, 새로운 사회정책 하에서는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역할분담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각 경제·사회주체의 적극적 참여와 역할 분담을 통해 전 국민적 에너지를 모았을 때 지속성장, 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사회정책 하에서 정부는 기존의 경제성장 전략에서 보여주었던 독점적·주도적 역할에서 벗어나 정부·시장·민간 부문간 조정자적 역할과 사회적 서비스에서의 공공영역의 확대 및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4)
새로운 사회정책의 궁극적 비전은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에 국민들이 풍부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선진복지국가 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우리의 미래지향적 사회정책 패러다임의 핵심 전략은 결국 ‘사람에 대한 사회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5) 혁신주도형 경제와 지식기반 사회에서 창의적 사람이 곧 경쟁력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동반성장과 사회정책 모델
요컨대 새로운 사회․경제정책 패러다임의 핵심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의 구축과 새로운 혁신주도형 경제발전, 그리고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최소한의 균등한 삶의 질과 기회 제공이라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창출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4. 새로운 사회정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
새로운 사회정책 패러다임 속에서의 주요 정책 내용과 과제는 크게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 제시해 볼 수 있다.
1) 일자리 창출과 고용정책: ‘일을 통해 성취하는 사회’
제조업 부문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 복지, 문화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매우 중요한 정책 사안이 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 및 체감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전략적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저출산 대비, 노인수발보험 실시(’08.7) 및 국민연금 수급이 본격화하게 되면 보육, 노인요양 및 실버산업 분야에서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또한 고용창출효과가 높고 성장잠재력이 큰 문화, 관광, 레저스포츠 산업을 통해서도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노동력 부족은 여성, 장애인, 고령자 층의 노동력으로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양성 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와 근로조건 선진화를 위한 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실제노동시간을 대폭 축소해 일자리를 공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 및 근로조건 등을 개선하여 삶의 질 향상을 통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투자와 교육정책: ‘기회가 평등하고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
특히 인적자원이 부족해지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의 돌파구는 지식과 인적자본의 생산성 제고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 차세대 성장 동력과 혁신 인력 양성을 위한 소요재원은 미래지향적인 생산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노인·여성·장애인 등 잠재 유휴인력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지속적이고도 견실한 경제성장을 도모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기업도 새롭게 제기된 비정규직 문제, 저출산 대책 등의 이슈도 상생협력의 틀에서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교육·훈련 기회상실은 국가 전체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므로 인적자원 중심의 경영이 중요하다. 저출산 대책은 여성인력 활용과도 연관된다. 출산·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여성인력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경쟁에서 낙오할 우려가 있는 여성,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장애인 등 이른바 ‘정책 사각지대’ 계층에 대한 직업능력개발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취약계층이 필요한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기본권 수준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 국민의 직업역량 제고와 일자리 제공, 평생교육 등 인적자원개발 및 직업능력개발 정책의 범위와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하여 통합조정 및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업능력개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 전달체계 혁신이 필요하다.
3) 소득보장과 선진적 사회안전망: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또한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와 함께,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체계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층에 한정되어 있는 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은 중산층을 포함하는 보편주의적 개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보편주의적 사회서비스는 국가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등 복지공급의 다양한 주체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동시에 사회서비스는 단순히 사후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아닌 예방적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보건의료 정책방안도 중요하다. 특히 낭비적이고 국민의 의료수요와 무관하게 형성되어 있는 의료공급체계를 효율화하여 국민의료비를 줄이고 다양한 의료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 확대와 연계성을 강화하고, 의료보장의 보장성을 확대하며,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저출산 대책과 육아방안에 대한 전략과 정책 과제도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경제·사회적 환경조성과 국가, 가족, 사회의 보육에 대한 역할분담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노령화사회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연금 등 소득보장제도뿐만 아니라 의료, 주거 공간, 노인 사회참여, 교통 환경 등도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4) 환경·문화정책: ‘쾌적하고 여유 있는 사회’
향후 건설될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가장 어울리는 환경친화적 도시로 건설되어야 한다.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의 개념, 사람이 환경과 함께 가는 새로운 공존모델도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 개념과 지역사회복지체계의 통합운영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이를 통해 주민참여의 활성화와 도시공동체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기초예술·생활체육의 활성화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새로운 경쟁력을 위한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특히 주5일제와 고령화에 따라 늘어나는 여가·문화생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문화·생활체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문화향유권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여유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화에 따른 다문화 사회에 조응하기 위해 현재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 수 있는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 배양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교육과 사회적 담론 형성을 통해 개방에 대한 능동적 자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이에 대한 관용 등을 배양해나가야 할 것이다.
5) 새로운 사회적 거버넌스의 모색: ‘정부·시장·시민이 함께하는 공동체’
또한 새로운 사회적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과 함께 ‘할 일을 하는 효율적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의 일차적인 역할은 시장에서 찾아야 하지만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불충분한 여러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시장기능에 의해서는 단기적인 효과가 불투명한 교육, 근로자 훈련, 과학기술 인프라 등에의 충분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의 보완기능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촉진을 위해서 정부는 급격한 행정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규제비용의 최소화에 집중해야 한다.
‘공동체가 참여하는 주민생활 서비스 통합과 혁신체계 구축’도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극복하고 선진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그 동안 복지와 고용 그리고 교육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분산적으로 제공되어 왔던 행정서비스에 대한 효율적 연계·통합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에서는 주민생활 서비스기관의 통합·조정을 통해 복지, 보건, 고용, 주거, 교육, 여성, 문화 등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주민생활서비스를 원-스톱 서비스개념으로 바꾸어 제공해 나갈 계획으로 있다.
날로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사회양극화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선진국형 제정·조세정책 패러다임의 정립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향후 우리의 재정정책은 경제가 최대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경제개발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시장이 공급할 수 없는 각종 사회서비스 및 복지 수요를 정부가 담당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맞도록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조세제도의 간편화와 투명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며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 발전에 책임을 지는 조세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 사회도 이제 ‘낼 만큼 세금을 내고, 국가로부터 받을 만큼 받는다’는 조세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한국건강형평성학회' 2006년도 후반기 학술대회(이화여대, 2006.12.8)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부 수정·보완 후 게재한 것입니다.
1) OECD, Society at a Glance, 2005; 통계청,「전국가계조사」, 2005.
2) 통계청,「인구동태통계연보」각 년도.
3) OECD, Social Expenditure Data 2004. http://www.oecd.org/.
4) 사회적 거버넌스는 사회적 차원에서 분배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시민사회·시장 간의 조정기제를 의미한다.
5) 사회적 투자 개념은 최근 ‘사회적 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 투자국가는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에의 투자를 통해 시민들의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갖게 함으로써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가를 의미한다(Giddens, The Third Way: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 Policy Pres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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